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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생중심 수업인가? / 울산매일 2015.5.14
작성자 허남술 등록일 15.05.14 조회수 941
왜 학생중심 수업인가?
15면  
 
   
2015년 05월 14일 (목) 허남술 신선여자고등학교장
  
▲ 허남술 신선여자고등학교장

2006년, 나는 삼산고에서 교감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이 해 여름 고등학교 교감 하계연수 코스에 통영 한산도의 제승당이 들어 있었다. 제승당(制勝堂)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장군의 사령부가 있던 장소이다. 이곳에 도착해 맨 처음에 부닥친 것이 수루(戍樓)라는 전각이었다. 교감 선생님들이 나를 보며 어떻게 읽느냐고 물었다. 나는 ‘수루’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수루’란 무슨 뜻이냐고 재차 묻는 분이 있었다.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라는 장군의 시조는 떠올랐지만 막연히 물가에 지어놓은 집 수루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5분 안에 해결해 드리겠다고 호언했다. 당시 국어교사로 3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이선생에게 곧바로 전화를 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수루’란 ‘변방의 초소에 적정을 살피기 위해 지어 놓은 누각임’을 알려주었다. 그 때는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이다. 빌게이츠가 ‘5년 내에 손안에 들어가는 컴퓨터가 나올 것이다’라는 예측을 내어 놓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설마하며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누구나 손 안에 컴퓨터 한 대씩을 소유하고 있다. 연구하거나 공부하는 사람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점이 있으면 스마트폰을 통해 검색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

산업화 시대는 소품종 대량생산 시대였다. 이 시대는 자신이 맡은 극히 일부의 영역에서 숙달된 노동력만 갖추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다가올 창의정보사회는 그 모양이 다르다. 단순노동은 컴퓨터가 내장된 로봇이 모두 해결한다. 사람이 해야 할 고유영역은 사고력을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삶을 편안하고 아름답게 하는 영역을 창안해 내는 일이다.  

시대적 환경이 달라졌으면 수업 방법이 바뀌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시대는 21세기이다. 21세기를 살아갈 핵심능력을 심어주어야 하는 것이 학교의 가장 큰 책무다. 창의력은 남다른 사고력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21세기의 핵심능력은 바로 사고력과 표현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지식위주의 주입식 강의로서는 해결할 수 없다. 학습자가 스스로 탐구하고, 토론하고, 논술하고, 발표하는 학생중심수업이 답이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일방적 주입식 강의가 학생들을 따라다니며 떠 먹여주는 수업이었다면,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학생중심수업은 스스로 찾아 먹게 하는 수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다. 무엇이든 스스로 해 보아야 힘이 생기게 된다. 

또 하나 21세기를 살아갈 핵심능력은 바로 제대로 된 인성이다. 이 인성이란 교과목을 정해 가르칠 수도, 인성교육진흥법을 적용해 주입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는 단지 평소 수업시간에 학생과 교사의 소통, 학생과 학생간의 소통을 통해 물이 베듯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중심수업을 한다는 것은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존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학생을 존중하지 않으면 학생중심 수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학생중심수업은 협력수업을 그 기본 줄기로 삼지 않으면 안 된다. 수업시간에 친구끼리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하는 수업이 바로 이 수업이다. 이미 이 수업에 성공한 학교가 학교폭력도 많이 줄었다는 보고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수업은 21세기에 와서 새삼 개발된 수업방법은 아니다. 뜻있는 교육학자들은 끊임없이 이 수업이 학생들의 힘을 길러주는 진정한 수업임을 강조해 왔다. 선진국 뿐 아니라 앞서가는 시도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업방법이다. 심지어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도 제자들이 묻지 않으면 가르쳐 주지 않은 철저한 문답식 수업을 지향했다.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똑 같은 질문을 해도 제자들의 개인차에 따라 대답을 달리하는 수준별 학습과 제자들과 거리낌 없는 개인별 토론학습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근혜정부도 수업방법의 전환이 절실함을 깨닫고, 2013년 6월 ‘인성교육중심 수업 강화’방안을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그 구체적인 추진 내용은 첫째 인성덕목과 교과 핵심 내용을 체계화해 수업에 반영하고, 둘째 지식 전달 위주의 수업을 협력학습·토론학습 등 학생활동 및 참여중심의 수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습 결과와 함께 학습과정까지 충분히 평가에 반영되도록 프로젝트 평가, 동료평가, 수행평가 등 과정중심평가로 평가방법을 개선한다는 것이 이 국정과제의 요지다.  

울산교육청도 이에 발맞추어 ‘행복한 I 중심수업’을 주창하고 적극장려하고 있다. 대학들도 21세기에 걸맞은 인재를 제대로 교육한 학생을 선발하려고 모든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단지 고등학교만 아직도 구태를 고집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학생중심수업은 학력을 늘리는데도 탁월할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도 크게 도움이 되는 수업방법임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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